'사진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0.24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사진작가 JUNE KOREA (1)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사진작가 JUNE KOREA

 

I want you to remember everything you've lost.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떠오른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그 깊은 숨소리를 확인하고서야 인형들은 눈을 떠 그들만의 하루를 시작한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그 재미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듯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동심의 세계로 빠지고야 만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법한,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왔을법한 그 세계. 어쩌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작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것일지 모르겠다.

 

‘JUNE KOREA’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는 현재까지 한국, 미국, 영국 등지에서 20회 이상 작품을 전시해왔다. Youth, Dream, Fantasy라는 키워드 아래, 인형을 소재로 뉴욕에서 활동중인 JUNE KOREA를 문화웹진 [인터미션]이 만나봤다.

 

 

Q. 간단한 작품 소개를 부탁드린다.

A. 'As I slept, I left my camera over there'라는 프로젝튼데, 지난 5년동안 이어오고 있는 작업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인형이나 로봇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카메라를 잡은 후에는 그들을 찍는 것이 좋았다. 왜 인형을 찍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좋았다. 좋아서 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반복해서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졌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유년시절을, 또 나름의 삶의 발자취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Q. 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중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건 오랜 꿈이었다. 형편이나 상황상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었고, 실로 두렵기도 했었다. 더 커다란 세상에 나갔을 때, 그 낯선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뛰어난 이들과 경쟁해야할 것이 걱정됐었다. 하지만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생활이 벌써 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두려움은 사라진지 오래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한발 한발 나만의 여정을 밟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시작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실수하는 것이 두려웠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아야 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실수를 하는 것 역시 삶의 소중한 경험이 되고, 훗날 더 큰 목표를 향해 가는데 중요한 지도가 됨을 깨달은 오늘, 나는 매일이 설렌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을 만날까,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런 설렘에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서는 길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Q. 관객들에게 본인의 작품이 어떤 작품으로 읽히기를 바라는지.

A. 어떤 작업을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것에는 분명 나만의 이야기와 배경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그 증거들 안에서 많은 분들의 상상이 제한되거나 갇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사실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업노트가 있는데, 그 작업노트를 만나기 이전에 작품을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을 통해 만들어놓은 작은 세상을 보시면서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나갔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작가로서의 역할은 다리나 촉매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작업이 여러분들을 기억 저편으로 인도하는 구름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본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 모두에게 우리만의 동화가 새롭게 쓰여지기를 바란다는 JUNE KOREA의 작품들은 오는 113일까지 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11LA Space Gallery, 2014년 뉴욕 개인전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그의 폭넓은 활동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작가소개]

JUNE KOREA

한국 서울 출생, 사진작가

www.junekoreaphoto.com 대표

http://www.facebook.com/junekoreaphoto

NewYork School of Visual Arts, M.F.A 과정 수료

 

 

[작업노트]

내가 사진기를 그곳에 놓고 잠들었을 때,

당신이 잃어버렸던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25년 정도 전 일까요. 저는 아직도 인형을 가지고 놀던 제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사람을 꼭 닮았던 그 친구들은 저처럼 움직였고, 말을 했고, 숨을 쉬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처럼 살아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저는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완전히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말하는 것을 멈춘 것 입니다. 그 일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제가 점점 자라며, 유년시절을 잃어가며, 그들의 목소리가 차차 작아졌다는 것을 떠올려 낼 수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저에게 일어난 그 사건을 인정하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꼭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는 그들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As I slept, I left my camera over there.' (‘내가 사진기를 그곳에 놓고 잠들었을 때’) 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2001년 이래로 지난 십여 년간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사진기는 저에게, 제가 알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정원에 핀 화사한 꽃보다는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나는 잡초의 아름다움을, 네온이 번쩍이는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철거되기 직전 황폐해진 골목의 말없는 눈물을, 그리고 우리네 사람들 얼굴과 얼굴 사이에서 피어나는 모든 행복까지- 그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아주 작고 작은 모든 것들이 새로웠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사진기를 통해 보기 전에는, 그곳에 원래부터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숨겨져 있거나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형들이 사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사진기의 힘을 빌렸고, 10년 전 그때처럼, 사진기는 다시 한 번 저에게 그 신비로운 경험을, 마법을 선물했습니다. 책상위에 앉아있던 사람의 형상을 한 그 작은 친구들은 무표정 했고, 어떠한 생명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진기를 놓았을 때, 그리고 사진기를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을 때- 그들은 지금껏 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그들의 감정을 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그러는 것처럼, 꼭 그렇게- 그들은 제 사진기 안에서 웃고, 울었고, 행복해하고, 또 외로워했습니다. 사진기를 통해 바라본 그들의 세상은 너무도 신비로웠습니다. 제 잠든 척 하며 놓아둔 사진기는 그렇게, 나의 세상과 그들의 세상을, 사람들이 믿는 현실과 내가 믿는 현실을 연결시켜주는 동화 속 구름다리 같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조금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몰래 엿보는 관찰자가 아닌, 다시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씩 발전시키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그들이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들을 그들의 세상에 가져다주었고, 또 때로는 그들을 나의 세상으로 초대해 내가 사는 현실과 그들이 사는 현실의 경계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일을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날의 이야기, 그날의 기분, 마치 내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사진기를 통해 그들을 만날 때면 언제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흡수하는 스펀지 같았고, 나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사진기 속에 남은 그들은 그들 자신임과 동시에, 그날의 내 감정을 대변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렇게 근 5년간 작업해 온 그들과 나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단지 인간의 형상을 닮은 모형이 아닌, 그들 사는 세상 속 각각의 고유한 감정으로, 내가 사는 마음 속 자아 그 자체로- 제 사진 안에 기록되고, 존재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제 어린 시절이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 세상 안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유년시절을 잃어버린 우리들은, 우리 한때 믿었던 그 아름다웠던 이야기들을,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교정. 박찬선

사진제공. JUNE KOREA

 

 

 

[문화웹진 인터미션] 구독하기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3동 | 성남아트센터
도움말 Daum 지도
Trackback 0 Comment 1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