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것이 성장은 아니다, 영화 <깡철이>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폭에 휘말려 파멸하고야마는 밑바닥 청춘. 어쩌면 우리는 그런 밑바닥 인생을 너무 많이 봐 왔을지 모르겠다. <친구>의 장동건이 그랬고,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여년간 조폭과 청춘, 부산사투리의 결합은 한국영화계를 풍미한 흥행공식이었다. 한 치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답답한 우리 청춘들의 오늘들이 실로 그러하다 하더라도, 이미 그 이야기들은 낡고 오랜 이야기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진=영화 <깡철이> 스틸컷)

 

영화 <깡철이>는 우리가 지난 시간 보아온 많은 성장영화들과 닮아있다.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깡철이(유아인 분)는 가난하고, 그다지 똑똑하지도 못하며,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위치에 있다. 혈육이라고는 엄마 하나 남았는데, 그마저도 아프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깡철이는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 영화는 깡철이가 이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견뎌나가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영화 <깡철이>가 분명히 성장영화이면서도, 성장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깡철이가 제게 주어진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어떻게든 지나가기를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그는 안간힘을 써 그것이 비껴가기를 기다린다. 영화는 간절해야 깡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지만, 깡철이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아무리 간절해도 안될것은 안된다는걸 몸으로 느낀다.

 


깡철이 (2013)

7.2
감독
안권태
출연
유아인, 김해숙, 김정태, 김성오, 정유미
정보
가족 | 한국 | 108 분 | 2013-10-02
글쓴이 평점  

 

 

깡철아, 니 인생이 뭔줄아나? 태어나서 죽는거다. 심플하게 생각해.”

 

깡철이에게도 멘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완득이가 선생님을 통해 세상과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 그에게도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다. 그랬더라면 깡철이는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자기 고백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따스한 위로를 통해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깡철이 주위에는 온통 절박하고 척박한 사람들뿐이다. 친구의 아버지(송영창 분)도 깡철이에게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밥그릇에 투박하게 탄 믹스커피 한 잔이 그가 깡철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다. 그에게 역시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생명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가족의 힘이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친구 종수(이시언 분)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지녔고, 깡철이도 엄마에게 우리 확 마 같이 죽어삐까?”하고 매일같이 물으면서도 엄마를 보내지 못하는건 그녀가 그에게 단 하나뿐인 혈육이기 때문일 것이다.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그러나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은 가족. 깡철이는 각자의 소중한 존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세상이 깡패다. 단디 좀 살자! 단디!“

 

각자의 이해관계가 어지러이 얽혀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아이러니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는 지리멸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안고가려다 스스로 자멸했다. 절대 깡패짓만은 하지 않겠다던 깡철이가 스스로 조직의 어떤 일에 가담하게 되는 것처럼, 영화는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고, 안아야 할 것을 제대로 품지 못해 모든 것을 잃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러가면서 기대했던 것이 깡철이와 그의 엄마가 펼치는 유쾌하면서도 진한 감동이 있는 드라마였다면, 영화는 실로 두 모자에게 집중하기보다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납득 가능한 사연을 부여하면서 외려 깡철이와 엄마의 이야기마저도 흐트러트리는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영화에서 유일하게 타지출신인 서울 여자 수지(정유미 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키워드에서도 완전하게 벗어나 서사가 진행되는 내내 겉도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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