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대상을 넘어 힐링 명소로, 한옥

초고층 빌딩, 주상복합 아파트 등 잘나가는 대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 첨단 시설을 모두 갖추어 생활이 편리한 주거 공간이다. 신혼부부,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육아를 하는 사람들,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저축을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타겟 주거공간은 각종 편의시설과 관리시설 및 주거민 서비스가 잘 보장되어 있는 고급 아파트이다. 이들은 분 단위, 초 단위로 변동하는 사회와 생활상에 걸맞게 주거 공간 내에 첨단 기술을 촘촘히 결부시켜 단순한 집을 너머서 생활 속 비서의 형태로 진화를 했다.

 

 

 

최근에는 내부만큼 외부도 브랜드와 화려함으로 치장한 아파트들은 과거 재개발이나 매립을 통한 미개발 지역’, ‘저개발 지역에 세워 진 것들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누군가의 논, 밭이었고 누군가의 동네, 슬레이트 집, 그 이전에 허름하고 아담한 한옥 집 등이 있었다.

그 중 한옥은 한 때 철거대상, 보존대상, 투자대상 등 다양한 개념으로 사람들 머릿속을 옮겨 다니다가 1960년 이후 서울에서만 70만 채의 한옥이 없어졌다. 그나마 조금 발전한 인식은 과거를 구경할 수 있는문화재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방문, 2010안동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로 그 우수함이 증명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에 힘입어 전국 지역사회에서 지방 대표 한옥을 소개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 한옥 체험’, ‘고택스테이라는 말을 등장시켰고, 최근 힐링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옥에 대한 관심은 한옥에 대한 과학적 설계에 대중의 감탄을 사게 만들었고, 바쁜 사회 속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떠나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함께 있는 상대방과의 감정을 공유하기에 좋은 장소로 인식이 되면서 가족 쉼터, 대기업 워크샵 장소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한류의 바람을 타고 각종 사극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관광 상품으로써도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옥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연의 기()를 고려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에 자리 잡는 것으로 빗물이 흐르는 행로를 살펴 한옥 내부로 비가 흘러들지 않도록 하고, 집 지을 토양의 습도와 점성도 세심하게 조사해 나무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놓는 주춧돌 디자인을 결정한다. 한옥이 혹여 땅으로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까래는 계절에 맞는 냉온 기능을 조절하고 여름엔 강렬한 태양빛을 막아 집 안을 서늘하게 해 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을 집 안에 오랫동안 들이는 기능을 한다. 이것은 한옥 지붕과 외벽에 사용되는 진흙의 점성과 함께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한옥의 비결을 만드는 것이다. 진흙은 한옥 디자인의 미학적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단열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한옥은 자연과 인간을 배려한 과학적, 실용주의적 디자인이다. 한옥은 정확한 풍향 계측을 바탕으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도 두루 고려했다. 그 결과 집이 들어앉는 형태가 ’ ‘’ ‘’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한옥 특유의 난방 시설인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 온종일 온기가 보존되는 것으로 지역별 다양한 집 구조들과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한옥의 우수성은 우리가 자라면서 교과서나 시청각 교육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접근가능, 거주가능이라는 인식과 관리하기 불편하고 생활하기 까다롭다는 편견 때문에 등한시 했던 것이다. 한옥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시설을 갖추면서 상업적인 성격을 띠게 되자 새삼스레 높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런 요소들이 한옥과 그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힐링이라는 키워드와 조화를 이룬 것이다.

한옥마을, 돌담마을 등 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어디든 하나쯤 있는 한옥을 앞세운 지역관광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갑작스럽고 과도한 관심은 그냥 두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한옥을 망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방문을 하고 무언가 소비를 해야 경제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관광 한옥의 특성상 콘크리트 마감, 입식부엌, 수세식 욕실 등 소비에 맞춘 시설 개조를 하는 한옥이 생긴 것이다. 관광객의 동선을 편리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자연그대로의 마을길을 변형시키고 장터와 상점들은 통일감을 살리기 위해 새로이 개조한다. 관광 상품화 사업으로 옛 정서와 아름다움을 잊은 지역이 상당하다. 복잡함을 잠시 잊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위해 찾은 방문자들은 이런 모습에 실망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함양의 개평마을은 불편하지만 진정한 휴식이 있는 마을이다. 교통이 편리하거나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곳 한옥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흥선대원군이 묶어 갔다는 개평마을은 일두선생고택이 자리한 곳으로 조선 성종 때의 대학자인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의 고택(古宅)으로 흥선대원군이 쉬어가며 손수 작성한 충효절의라는 글자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런 고택과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밤에는 별밖에 보이지 않고 아침에는 새소리만 들리며 해가 뜨면 기개있게 뻗은 지리산 자락과 논밭이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일두선생의 산책길을 걷고 고목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앉아서 그 일가에서 만드는 전통주를 마시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의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소비라면 개평마을 분들이 농사를 짓고 직접 만든 참기름이나 된장, 고추장을 구매해서 갈 수 있다는 정도가 되겠지만 그것은 쇼핑이라기보다 힐링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의 세계적인 위상과 대중들의 관심은 분명 전통문화재의 보호와 계승, 지역경제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현대식에 맞게 빠르게 소비하고 편리하게만 제공하려는 것보다 한옥이 주요 주거지였던 그 시대를 느끼고 한옥만큼이나 여유를 가지고 소비를 하고 불편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래본다.

 

 

 

참고

<한옥의 문화-금전적 가치> 인사이드 코리아/피터 바돌로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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