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결혼생활 15년이 지나면, 부부간에 섹스를 금하는 법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말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JTBC 월화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4회 중에서

 

여기, 결혼 17년차 부부 송하(염정아 분)와 선규(김유석 분)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부부가 권태기에 접어든 지는 오래다. 결혼 후에 어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랑은 사라지고 정만 남는다고 했던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달달했던 감정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이들 양육과 교육문제, 노후대책 등의 현실적인 문제만이 남아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10년을 훨씬 넘긴 대한민국 대다수 부부들의 오늘을 대변하듯 송하와 선규의 부부관계는 오늘도 삐걱거린다.

 

(사진=JTBC 월화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3회중에서 캡쳐)

 

이런 저런 이유들로 부부는 서로에게 매력을 잃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부생활도 멀어져만 갔다. 남편 선규는 부부끼리 사랑을 나누는 것은 근친상간이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게 되었으며, 아내 송하 역시 바쁜 직장 업무와 가사노동으로 여자로서의 매력을 남편에게 보여줄 여력이 남지 않았다. 지난 22, 23일 방송된 <네 이웃의 아내> 3, 4회 방송분에서는 이들 부부의 성생활 문제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 아내 송하가 특별히 예약해둔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달라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남편 선규는 아내와 잠자리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네 이웃의 아내

정보
JTBC | 월, 화 21시 50분 | 2013-10-14 ~
출연
염정아, 신은경, 정준호, 김유석, 정한용
소개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에 지친 두 부부가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과 네 남녀의 비밀스러운 크로스...

 

 

당신께서 저에게 네 죄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한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러나 안되고!

 

마누라성 발기부전이라고 고백한 남편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눈물에도 불구하고 아내 송하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편에게 자신이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아내는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기에 이르고,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송하가 더 이상 선규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선규는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여성보다도 송하를 원했다. 다만 그들의 결혼생활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실질적인 섹스 행위에 대한 생각이 부적절하다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그는 받았을 것이다. 매일 밤 함께 이부자리에 드는 사람, 진짜 살과 피로 이루어진 소중한 사람보다는 야동을 보면서 자위를 하는 편이 심리적으로 덜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더 흥분되었을 수 있다.

 

그가 이러한 역설의 첫 번째 희생자는 물론 아니다. 프로이트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섹스를 해야 하는 과제가 문명화된 현대 사회의 개인이 사생활에서 겪는 심각한 스트레스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12년에 발표한 애정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절하현상의 보편적 경향에 관하여라는 거북하면서도 아름다운 제목의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그토록 많은 환자들을 괴롭히는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들은 사랑하면 정욕이 사라졌고, 정욕을 느끼면 사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태도전환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행동영역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자질은 섹스를 할 때 요구되는 자질과는 심하게 상충된다.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이란 최소 몇 년 이상 지속적으로 가사를 돌보고 아이를 양육하는 일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가정을 꾸리고, 그것을 평화롭게 지켜나간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의 절제와 사무적인 기술들이 필요하다. 약속된 시간을 지켜야하고, 각자 맡은 위치에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가족이 정해놓은 규정에 반하는 행동들을 해서는 안된다. 한편, 섹스는 상상력이나 희롱, 절제력의 상실과 같은 정반대의 자질들을 요구한다. 통제와 조절을 거부하고 오로지 본능에 충실하기를 권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래된 부부의 섹스리스, 혹은 권태기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가 주는 쾌감이나 흥분이 가정생활에 수반되는 다른 일들을 감내하는 우리의 능력을 위태롭게 할만큼 위협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네 이웃의 아내를 조심하라

 

4회까지 방영된 <네 이웃의 아내>는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의 아내, 서로의 남편을 탐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할 수 있는 상대를 나누어 따로 생각하려는 남자들의 욕망은 마리아-창녀콤플렉스가 되어 두 남자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은 남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두 아내 역시 착한남자-나쁜남자콤플렉스에 빠져 내가 가질 수 없는 옆집 남자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다정다감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며 대화가 잘 통하는 남성에게 끌린다는데 동의하면서도, 하룻밤의 관계가 끝나자마자 곧 완전히 다른 곳으로 떠나버릴 나쁜 남자가 성적으로 훨씬 매력적이라는 데 반기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의 아내를, 서로의 남편을 탐하는 이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가 불륜을 다루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불륜 자체보다는 권태기를 맞은 부부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자신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부부, 그 가깝고도 먼 관계를 드라마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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